
개인적 경험과 문제 인식
나는 10대 때부터 우울과 불안, 무기력에 시달렸습니다. 아무런 의욕도 나지 않고 때로는 눈물이 났습니다. '왜 나만 이러지? 내 정신력이 약해서야, 이겨내야 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무 살이 되어 처음으로 항우울제를 처방받았고, 처음엔 효과가 있었지만 몇 달 만에 다시 우울이 찾아왔습니다. 용량을 높이고 종류를 바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자가 되고 나서의 우울과 불안은 더 커졌습니다. 나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우울과 불안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연구 동기와 방법
나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호르몬이나 약한 정신력이 아닌 우울과 불안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저명한 심리학자들, 우울과 불안을 이겨낸 사람들까지 전 세계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심층 취재했고, 마침내 발견했습니다.
핵심 발견
우울과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신력도 유전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단절, 즉 잃어버린 연결에 있었습니다.
내가 발견한 현대 사회에 만연한 우울과 불안의 일곱 가지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중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원인 1 : 의미 없는 일이 영혼을 갉아먹는다
필립스의 사례
- 페인트 가게에서 일하는 필립스의 하루는 늘 똑같습니다. 손님이 색을 고르면 기계에 넣고 잘 섞은 다음 페인트통을 건넨 뒤 돈을 받고 인사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손님." 다음 고객을 기다리고 또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아무런 즐거움도 없이 지루한 삶이 계속됩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가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마이클 박사의 연구
- 나는 노동이 우울, 불안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중 노동과 우울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호주의 정신과 의사 마이클을 만났습니다. 마이클은 영국의 1천 명의 공무원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공무원들은 직급에 따라 재량권이 다르게 부여됩니다. 그는 재량권 차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었습니다.
연구 결과
- 수년간 인터뷰를 한 마이클은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중대한 결정을 자주 하는 고위 공무원이 스트레스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고위 공무원들은 하위 공무원들보다 심장 마비에 걸릴 가능성이 1/10로 낮았습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낮아졌습니다. 또한 같은 직급이라도 재량권이 많은 사람이 재량권이 적은 사람보다 우울해질 가능성이 훨씬 낮았습니다. 일의 최악의 스트레스는 무거운 책임감을 견디는 것이 아닙니다. 자율성 없이 모든 일을 통제받고 지시받는 것, 의미 없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 우울과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원인 2 : 희망을 빼앗긴 자리에 불안이 자란다
에이미의 사례
- 내 친구 에이미는 대학 때부터 유능한 친구였습니다. 졸업 후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구직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계약직으로 콜센터에서 교대 근무를 시작했고 금요일마다 다음 주에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통보받았습니다. 에이미는 한 치도 계획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내집 마련,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두 달이 지났을 무렵 에이미는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벌벌 떨었습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사회적 현상
- 지난 수십 년간 더 많은 사람들이 에이미와 비슷한 종류의 불안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당장 내일, 다음 주, 다음 달에 내 일자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해합니다.
프레카리아트 개념
- 이탈리아 철학자 파올로 비르노는 우리가 프롤레타리아에서 프레카리아트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롤레타리아가 직업을 가진 육체노동자 집단이라면, 프레카리아트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지 못한 불안정한 유동적 집단을 의미합니다. 불안정성은 저임금 노동자들 사이에서 시작됐지만, 현재 많은 중산층이 고용안정성 없이 불안하게 일합니다. 그러면서 프리랜서나 긱 경제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입니다. 미래에 대한 안정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긴 많은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의 고통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원인 3 : 개인과의 단절은 최악의 스트레스다
초연결 시대의 역설
- SNS, 메신저, 메일 등 그 어느 때보다 초연결화된 시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외롭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치오포의 실험
- 시카고 대학의 신경과학자 카치오포는 한 실험을 했습니다. 100명의 참가자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하루 아홉 번 호출기가 울릴 때마다 두 가지 행동을 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혹은 친밀감이나 유대감을 느끼는지를 쓰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때마다 침을 뱉어 보관하는 것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 카치오포는 데이터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외로움을 느낄 때 침 속의 코르티솔 농도는 신체 폭력을 당할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외로움의 정의
- 그렇다면 여기서 외로움이란 무엇일까요? 카치오포는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한 무엇인가를 자신이 공유하지 못한다는 느낌이죠"라고 말했습니다. 주변에 배우자나 가족, 직장 동료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과 서로 의미 있는 것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절은 전 세계에 퍼져 버렸고,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하는 외로움은 사람들을 우울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결론
아직도 우울과 불안이 개인의 정신력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울과 불안은 정신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https://youtu.be/qbAuUZkBlo8?si=6LEyuJZMTXs_oQ7N'글 >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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