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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땅에 살지만, 비행기처럼 오랜만에 비행기를 탔다. 이륙하고 구름을 뚫고 한참 올라간 뒤에 창문 덮개를 올렸는데, 그 아래로 땅이 펼쳐져 있었다. 강이 있고 논이 있고 길이 있고 마을이 있었다. 차도 움직이고 있었을 텐데 여기서는 움직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전부 멈춘 그림 같았다. 저 마을 하나에도 수백 명이 살 것이다. 그중 누군가는 오늘 아침에 크게 싸웠을 거고, 누군가는 밤새 뒤척였을 거고, 누군가는 인생이 끝난 것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냥 회색 점이다. 점 하나에 그 모든 게 다 들어 있는데도 점이다. 채플린이 그랬다던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글로 읽었을 때는 멋있는 문장이구나 하고 넘겼는데, 창문 아래로 진짜 땅을 보고 있으니 문장이 아니라 감각으로 .. 2026. 10. 8.
규칙은 대등할 때만 규칙이다 인터넷을 오래 떠돈 짧은 독백이 있다.네가 총을 들고 나도 총을 들었다면, 그때는 법을 논할 수 있다.네가 칼을 들고 나도 칼을 들었다면, 그때는 규칙을 논할 수 있다.네가 맨손으로 오고 나도 맨손으로 왔다면, 그때는 도리를 논할 수 있다.그런데 너는 총을 들었고 내 손엔 칼뿐이라면, 진실은 이미 네 손아귀에 있는 것이다.네가 총을 들었고 내게 아무것도 없다면, 네가 쥔 건 무기가 아니라 내 목숨이다.법이니 규칙이니 도덕이니 하는 말은, 서로가 대등할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이 세상의 잔인한 진실은 이렇다.돈이 입을 열면 진실은 입을 닫고, 권력이 입을 열면 돈조차 세 걸음 물러선다.규칙을 만든 자들이 그 규칙을 가장 먼저 깨뜨린다.규칙이란 약자에게는 족쇄고, 강자에게는 도구일 뿐이다.이 세상에서 좋은 것.. 2026. 10. 1.
돌아올 자리 최근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로또 1등에 당첨됐으면 보통은 회사를 그만둘 것 같은데, 주인공은 계속 출근한다. 처음에는 그 설정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보다 보니 로또에 당첨된 뒤 회사가 달라진 게 아니라, 같은 회사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달라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데 전과는 조금 다르게 행동한다. 돈이 생겼다고 일이 갑자기 중요하지 않아진 것도 아니고, 회사 사람들이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여기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감각이 생겼다.아마 우리가 말하는 여유라는 것도 이런 데서 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여유가 있다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게 .. 2026. 9. 26.
독서는 근력, 글쓰기는 유산소 요즘 책을 읽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운동에 무산소와 유산소가 있듯이, 마음을 단련하는 데도 그런 두 축이 있는 게 아닐까. 무산소(근력) 운동 = 독서단어를 늘리고, 문해력을 쌓고, 이해력을 키우는 것. 새로운 지식과 생각의 재료를 쌓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유산소 운동 = 글쓰기/독후감 읽은 걸 다시 꺼내서 써보는 과정. 읽은 내용을 소화하고, 내 생각으로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다. 매달리기·스트레칭 = 몸을 펴주는 것 뭉친 근육을 풀어주듯, 굳어 있던 걸 늘려주는 역할. 명상 = 마음을 펴주는 것 스트레칭이 몸의 긴장을 풀듯, 명상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쪽이 아닐까. 왜 이 비유가 그럴듯하게 느껴졌을까사실 몸을 단련하는 것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 자체가 원래 같은 원리로 .. 2026. 9. 12.
러너 둔근의 중요성 왜 둔근이 중요한가?달리기 시 둔근은 두 가지 핵심 역할을 합니다. 하나는 고관절을 펴서(신전) 몸을 앞으로 추진하는 것, 다른 하나는 한 발로 착지할 때마다 골반을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달리기는 본질적으로 한 발 서기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둔근이 약하면 몸은 다음과 같은 보상 패턴을 사용합니다햄스트링 과부하: 둔근 대신 햄스트링이 고관절 신전을 담당하게 되어 과사용, 뭉침, 경련이 생김허리·IT밴드(장경인대) 과부하: 골반 안정화를 허리와 IT밴드가 떠맡아 통증 발생골반 하강(pelvic drop): 착지 시 골반이 기울면서 고관절 내회전 → 무릎 안쪽 붕괴(외반) → 발의 과회내(오버프로네이션)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 발생. 한 연구에서는 골반 하강 1도 증가마다 부상 확률이 80% 상승했다고 함 셀.. 2026. 8. 6.
인생의 여유 살다 보면 유독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말을 조급하게 하지도 않고, 작은 일에 과하게 예민하지도 않고, 타인에게 친절할 여유도 있다.우리는 흔히 그런 사람을 보고 "여유 있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유는 단순한 성격이 아니다.돈의 여유, 체력의 여유, 마음의 여유, 시간의 여유. 삶의 여러 자원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남아 있을 때 사람은 비로소 타인을 배려할 공간이 생긴다.그리고 인간은 생각보다 본능적으로 이런 여유를 빠르게 감지한다. 특히 인간관계와 연애에서는 더 그렇다.곶간에서 인심 난다한국 속담 중에 "곶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결국 사람의 베풂도 어느 정도는 여유에서 나온다는 뜻이다.경제적으로 늘 압박받는 상태에서는 사람도 쉽게 날카로워진다.손해를 과.. 2026. 5. 16.
Why를 더하면 AI는 다르게 답한다 같은 ChatGPT 쓰는데 누군 좋은 답을 받고, 누군 평범한 답만 받는다. 모델 차이 아니다. 질문 차이다. 오늘은 두 개를 묶어 정리해본다. 질문의 구조를 잡아주는 CPAS, 그리고 사이먼 시넥의 골든 서클. 따로 쓰면 평범한데 같이 쓰면 결과가 꽤 달라진다.1. Why가 빠진 프롬프트는 왜 평범한 답을 받을까두 프롬프트를 보자."신제품 출시 인스타그램 캡션 써줘.""일회용 컵 쓰레기를 줄이려고 만든 텀블러 브랜드의 신제품 출시 캡션 써줘. 환경 지키자고 죄책감 주는 톤은 피하고 싶어."두 번째가 더 좋은 답을 받는다는 건 안 봐도 안다. 근데 왜 더 좋을까?흔히 "정보를 더 줬으니까"라고 한다. 반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첫 번째 프롬프트도 정보가 부족한 건 아니다. "신제품", "출시", ".. 2026. 4. 29.
마켓 사이트 미국 주식 투자를 하면서 매일 들여다보는 사이트들을 정리해봤다. 시장 전체 흐름은 Finviz 히트맵과 Investing.com으로 파악하고, 공포탐욕지수와 버핏지수로 현재 시장이 과열인지 침체인지 체크한다. 하워드 막스 메모는 시장 사이클을 읽는 데 도움이 되고, 고용지표와 하이일드 스프레드로 경기 신호도 놓치지 않는다. 배당주 관심 있으면 Dividend.com, 억만장자 포트폴리오가 궁금하면 iBillionaire를 참고한다. 무료인데 쓸만한 사이트들이라 북마크 해두면 두고두고 유용하다. 시장 종합 및 실시간 데이터사이트URL 설명 Investing.comhttps://kr.investing.com글로벌 주식·외환·암호화폐 실시간 데이터 및 뉴스Yahoo Finance https://finance... 2026. 4. 9.
사고는 나이와 함께 이동한다 인간의 인지 변화와 언어, 그리고 AI 시대의 생존 전략많은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일정한 경향이 보인다. 젊은 시절에는 이과적 성향이 강하고, 나이가 들수록 문과적 사고가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취향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인지 구조와 뇌 기능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현상에 가깝다.젊을 때는 계산, 추론, 패턴 인식, 처리 속도와 같은 능력이 두드러진다. 이 시기에는 수학, 공학, 자연과학처럼 명확한 정답과 구조가 있는 영역에서 빠른 성취가 나타나기 쉽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젊은 나이에 중요한 이론적 성과를 남긴다.반면 나이가 들수록 인간은 점점 의미, 맥락, 경험의 연결에 강해진다. 글을 읽는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문장의 함의와 감정, 배경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이 시기에.. 2026. 1. 16.